Cafe Pot-R 오픈

건축 2012. 8. 2. 01:17

3월초에 시작한 카페 팟알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이제야 완료되어 오픈을 앞두고 있다.

130년 전에 지어진 일본조계지의 목조주택을, 옛 모습도 살리면서 상업공간-생활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라 의미깊었고,

무엇보다 4개월여 동안, 집 안 팎 구석구석을 내 손으로 일일히 만지고 다듬은 현장이라 더 각별하다. 집과 정이 들어버렸다. 잊지 못할 것이다.

 

현장에서 늘 쓰던 작은 디카말고 집에 모셔놓았던 DSLR로 준공사진으로 남기려 몇 장 찍어보았는데,

가구와 현판도 자리잡기 전이고, 솜씨도 모라자 영 엉망이다. 열쇠 반납하기 전에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공사 전 모습. 130년 동안 사람이 살아오며 옛 모습이 바뀌기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구청에 제출했던 시공 전 후 조감도 사진이다. 계획과 비슷하게, 아니 계획보다 더 근사하게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다행이다.

 

 공사 완료된 후 건물 입면. 아침에 찍어 역광처리에 실패했다. 에구..

입면을 재구성하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외장재를 원목 사이딩으로 채택한 것이다. 목재 '비늘판벽'이다. 19세기 후반 일본 교토에서 일반화된 양식인데 사실은 일본 전통건축 고유의 기법이라기보다는 조선에 비해 서구 문물을 훨씬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에도 말기 일본에서 유럽식 목조주택 외장기법을 받아들여 정착시킨 방식이다. 어쨌거나 목조로 된 일본 근대 가옥의 상징과도 같은 외장 마감이다. 이번 공사에선 북미산 적삼목 베벨 사이딩재를 썼다.

 

해가 뒤로 넘어가버려 사진찍기가 쉬워진 오후에 다시 찍은 입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페 오른쪽에 이런 회랑이 나온다. 19세기 일본집 - 마치야 - 의 전형적인 요소로, 건물내의 주 통로가 되는 토오리니와(とおりにわ)다.  

 

1층 카페 천정 모습. 원래 이 면에는 20년에서 80년 가량 묵은 도배지와 신문지가 예닐곱 겹 붙어 있었다. 온갖 도구를 동원하여 벗겨내고 사포로 밀어내 옛날 나뭇결을 살려내었다. 

 

1층 카페 전면 창에 면한 바 테이블. 

 

 오래된 집이라 벼라별게 다 있다. 궤짝이 있는가 하면

 

일제시대때부터 있었을 것 같은 목재 책상도 있다.

 

 

이건 건축주가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재봉틀 다리 위 현장 제작 상판 결합 테이블이다. 이 놈이 참 맘에 든다. 이 꼭같은 재봉틀 다리가 어렸을 적 우리 집에도 있었기 때문이겠지.

 

카페 뒷문을 열고 안뜰을 내다본 모습. 이 역시 19세기 일본집-마치야의 정형이다. 이 안뜰은 쯔보니와(坪庭, つぼにわ)라 하는데, 본채와 뒤채 사이에 있는 작은 공간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이 공간이 집주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곳으로, 다다미방에 앉아 내려보이는 안뜰의 정경을 염두에 두고 공을 들여 조성했다고 한다. 공사전 안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화장실 - 나중에 지어졌을 - 을 철거한 후 바닥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고운 콩 자갈을 깔아 마감하였다.

 

2층 다다미방. 화이트밸런스를 잘 못 만져 사진이 뻘겋게 나와버렸다.  

내부 창은 일본식 창살의 규격을 최대한 살려 주문제작한 것에 한지 아크릴을 끼워넣었다.

원래 이 집에 깔려있던 다다미는 두께 50밀리짜리 짚 다다미였다. 새로 깐 것은 17밀리 두께 왕골다다미로, 요즘 일본에서 일반 서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2층 다다미방 창가에서 내려다 본 모습. 

 

2층 중간방 벽면. 중간 보를 노출시키고 흙벽위 회벽 마감처리한 옛 방식을 비슷한 외관으로 살려내었다.  

 

2층 중간방 천정. 원래는 이렇게 구조부가 노출되지 않고 낮은 천정이 있었다. 너무 낮아서 도저히 쓸 수 없기도 했고, 이 집의 옛날 천정구조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싶어 기존 천정을 모두 털고 지붕면 하부를 바로 노출시켰다.

벽면 할로겐 레일조명은 갤러리 활용을 고려하여 배치한 것이다.

 

3층 다다미방. 다다미의 배열이 다른데, 다실의 경우에는 이처럼 회오리 모양으로 깐다고 한다. 전면에 보이는 목재 미서기 판문은 벽장(오시이레)과 다락방 문에 해당한다. 

 

 2-3층 사이 계단을 3층에서 내려다본 모습. 이 계단판은 아직 성한 편이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뭇결 모양이 예뻐서 교체하지 않고 살린 것이다. 에나멜 칠이 되어 있던 원래 목재 표면을 사포질로 갈아낸 다음, 스테인 착색 후 우레탄 바니쉬 도장을 하여 마감했다. 착색 후 내가 사포질을 했는데 실수로 너무 박박문지르는 바람에 의도하지 않게 고운 나뭇결이 더 살아났다.

 

테이블 배치를 끝낸 1층 카페  

 

뒤채 2층에서 올려다본 본채 지붕. 원래 있던 지붕 흙과 시멘트기와를 걷어내고, 19세기 당시 일본 기와와 최대한 비슷한 모양의 금속기와를 시공하여 무게는 줄이고 기능과 미감은 더했다.

 

 

카페 팟알 블로그 바로가기 : http://pot-r.tistory.com

19세기 교토 도시형 상가주택의 전형, 마치야의 구조에 대한 정보 : http://blog.naver.com/goodhaus2002/30135202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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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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