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건축>

독서일지 2011. 2. 19. 13:50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정영목 옮김/이레/2007

유명한 보통의 책이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전업에세이스트인 보통이 건축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흥미로워 골랐다. 아직 보통의 문체가 익숙치 않아서 그런 걸까. 보통이 쓴 책 가운데 두번째 읽는 건데,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대단히 추상적인 어휘로 어지러웠던 1장 때문에 겁을 먹었는데, 다행히 2장부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비전공자가 이야기하는 건축의 개론서..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고 감각적이다. 무엇보다 이해를 돕는 도판이 풍부한 점이 좋았다.

예를들면 이런거다.
이 건물은 베네치아 행정관 건물이다. 이 사진에 붙은 저자의 코멘트 : 질서의 지루함.

역시 베네치아에 있는 총독궁인 이 건물에 대한 코멘트는 완전히 다르다 : 복잡성과 결여가 주는 기쁨.

그의 생각은 이런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질서를 높이 평가하지만 그것은 이 질서에 복잡성이 수반될 때, 즉 다양한 요소들이 어울려 질서를 이루고 있다고 느낄 때다. .... 이 위대한 고딕 상자(총독궁)는 어느 한 층도 높이나 장식 모티프에서 다른 층을 복제하지 않으며, 자신있기 우리의 눈길을 잡아둔다.... 여기에서 단순한 반복체계는 찾아볼 수 없다. 꼭대기 창과 1층의 아치는 같은 가족출신이지만 크기도 다르고 간격도 다르다....
이에 비해 행정관 건물에는 우리의 눈길을 붙잡거나 우리를 놀라게 할 수수께끼가 없다. 한번 보면 그 설계의 구도를 연역할 수 있다. 2층과 3층은 1층의 패턴을 모방할 뿐이다.
이 건물과 총둑궁의 차이는 단조로운 북소리와 바흐의 푸가의 차이와 같다.

오호! 아파트 숲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보통이 한국에와서 변화와 독창성이라고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스탬프 찍듯이 비슷비슷한 모양새로 찍어내는 건물들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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