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방 공립도서관 가운데 장서 보유고는 중앙도서관이 단연 으뜸이지만, 괜찮은 신간은 규모가 작은 주안도서관에서 오히려 종종 눈에 띈다. 이번이 그랬다.

진즉 눈여겨 봤던 '파란여우'의 깐깐한 독서본능을 빌려와서 꼼꼼히 읽었다. 대단한 내공이다. 글재주와 감각도 천부적이거니와, 연륜과 독서량에 걸맞는 독창적인 감식안이 돋보인다. 
이번에 알게된 정보. 파란여우 윤미화는 인천이 고향인 40대 중후반 여성이다. 마흔까진 삼성 계열사에 근무했고, 과감하게 기득권과 돈을 포기하고 귀촌하여 홀로 염소를 키우며 책을 읽으며 산다. '아벨서점 여자 사장님'이야기, 연안부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야했던 영흥도 이야기가 정겨웠다.

목록만 보고도 이미 그가 고른 책 가운데 몇몇을 좇아 읽었으나, 이번에 다시 마음에 들어온 책들의 목록을 정리해본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 소설가 스티븐 킹의 글쓰기 교본, 창작론.
"스티븐 킹의 글이 쉽고 속도감 있게 읽히는 이유는 진솔함 때문이다. 어떤 글이든 글은 한 인간의 존재를 증명한다.... 입으로는 못해도 글로는 못 할 말이 없다는 전제를 부여하면 글은 자화상을 그리는 행위인 것이다. 진정성을 담은 글은 독자를 흔들어 놓는다. 아만 '도저히 손 댈 수 없을 만큼 싱싱할 때 얼른 써야 한다.' 글의 오르가슴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말이다."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정민
- 검증된 역사저술가 정민교수의 18세기 조선문화 종합선물세트.
"18세기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다"

<분서>
<이탁오 평전:유교의 전제에 맞선 중국 사상사 최대의 이단아>

- 16세기 중국에서 '박제화된 유교'사상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개인주의의 맹아를 보여준 중국 사상사의 이단아 이탁오

<나를 돌려다오>, 이용휴/이가환
-중국의 이탁오에 비견될만한, 박지원과 더불어 조서말기 최고의 문장가라 할 수 있는 재야 문인 이용휴의 발견!

<미국민중사> 하워드 진
- 노예, 체로키 족, 아일랜드 인, 여성, 쿠바인, 흑인, 사회주의자, 농민, 라틴아메리카 노동자 등 '아래로부터'의 미국 역사기록.
-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 :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 파워엘리트 뿐만 아니라 '중간 시민층의 방관자적 태도'에서 찾을 수 있으므로, 미국의 희망에 불을 붙이려면 중간계층의 인식변화가 결정적이라는 하워드 진의 관점. 이는 우리의 현실에도 직접 대입해 볼 수 있는 태도로, 한국의 중간 시민층-386-들 역시 더 이상은 철거민과 영세 상인들과 연대하려 하지 않으며 진보를 자처하고 있다. 이들은 진보를 가장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구태의연한 보수일뿐이다.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 문고판으로만 접해보았던 고전, 다시 읽어보자.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글러스 러미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괴리를 '불편함'과 '두려움'이 메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장 지향주의에 빠져있는 우리는 더 행복해졌을까?"

<쌀>, 쑤퉁.
-중국 현대문학의 '선봉파' 중 가장 주목받는 작가의 소설. 1963년 생.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 김홍도의 독보적 평론가. 옛 그림과 도자기를 깊게 들여다보고, 쉽고 재미있는 글쓰기가 눈부신 뛰어난 큐레이터 오주석의 책.

<김추자, 선데이 서울 게다가 긴급조치>, 이성욱
-'학삐리와 논다니의 모습을 두루 갖춘 리베로 평론가'(김영현) 이성욱의 유고집.
"뽕짝과 고전음악과 나훈아부터 서태지까지, 잡음이 정겨운 lp판부터 디지털 영상음악, 캬바레에서 나이트까지 대중문화의 총집합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성욱은 대한민국 유일한 대중문화박사이며, 이 책은 박물관에 영구 소장해야 할 독보적인 불간지서다."

<섬을 걷다>, 강제윤, 홍익출판사
"이 책은 사진과 문장이 아름다워서 슬프다. 폐허가 된 섬의 몰락을 목격해서 슬프다. 그뿐 아니라 국가와 자본의 주먹질 앞에 무너지는 섬사람들의 초췌한 그림자가 슬프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슬픔과 고통과 아픔과 상처와 죽음을 은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잃어버린 문명>, 이주형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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