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가서 오래 공부를 하고 돌아와 인도에 정통한 한국학자가 쓴, 보기드문 인도역사서'라는 신간 리뷰기사를 보고 사들인 책이다.
몇년전부터 간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인도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서가 뭐 재미난 이야기책도 아니고 급하게 읽어제낄 이유도 없는 터라 한참을 묵혀두었다가, 지난 연말부터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사 공부탓에 또 한참을 사무실 서가에 묵혀두다, 두껍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책을 몇달 걸려 겨우 마무리했다.
인도현대사라 해서 연대기순 서술도 아니고, 경제사/문화사/정치사 식으로 구조적 분석을 시도한 학술서와도 거리가 멀다. 대상에 대해 완전히 정통한 사람만이 부릴 수 있는 초식,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한 삭제와 축약, 비약에도 무리가 없이 물흘러가듯 유연한 역사이야기책이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믿을만한 작가다. 이옥순 교수는.
여성학자였기 때문일까. 간디의 위대성 가운데 하나인 여성성의 추구를 알기쉽게 서술하고 설명한 점이 눈에 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각 시대단계별로 인도 여성들이 처한 시대상과 풍속, 역사의 일 주체로서의 인도 여성의 성취와 한계에 대해 많은 장을 할애한 것은 이 책이 갖는 독특한 미덕일 것이다.

인도사라고는 고교시절 배웠던 세계사 중 인도 항목의 내용이 전부였던 탓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인도인 혹은 아시아인에 대해 뿌리깊은 편견 - 오리엔탈리즘 - 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지 여러군데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집요하고 체계적이며, 문화적으로 또한 온갖 상징체계를 동원하여 철저하게 인도를 지배해왔던 영국의 통치는 내가 막연히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파괴적이었다. 카스트제도가 제도화된 계기가 바로 영국이 효과적인 식민통치를 하기 위해 수행했던 인구센서스였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다.
섣불리 예단하거나 평가할 수조차 없는 인도의 힘은 그 풍부한 다양성에 있을 것이다. 그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문화적 포용력으로 인해 인도인들은 무슬림을 800여년간 자신의 문화적 토양안에 완벽하게 포용 혹은 공존시켜올 수 있었다. 그런 인도를 '힌두', '무슬림'으로 분할한 것 또한 영국의 마키아벨리즘이었단다. 그 결과는 이슬람의 분리독립과 수년에 걸친 내전과 파괴, 죽음이었다.
세계 2위의 IT강국 인도의 저력, 그 기원또한 타 문화에 대한 놀라운 적응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도의 엘리트는 19세기 영국의 지배가 공고화되자 빠르게 서구식 교육체제를 받아들였고, 영어마저도 인도대륙의 수십, 수백가지 언어 중 하나로 흡수해버렸으니 말이다. 이미 그 시절부터 형성되기 시작했고 일제하 우리도 그랬듯 장기간 지속된 식민 통치와 민족의식의 고양기를 거치며 '새로운 국가건설을 향한 민족주의적 열정'은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실행으로 이어진다.
인도 IT기술력의 산실, IIT를 서구에서는 Havard + MIT + Princeton이라고 평하기도 한단다. 대단한 상찬이다. 허허, 그렇구나. 대단하다, 정말.

간디와 네루에 대해, 좀더 읽어봐야겠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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