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역으로>

독서일지 2009. 2. 26. 23:51
제주도에서 샀던가, 아뭏든 작년에 여윳돈이 있을 때 사두었다가, 사회복지사 시험끝나고 2주동안 읽다.

흥미로운 책이다. 부제가 '역사를 쓴 사람들, 역사를 실천한 사람들에 대한 탐구'인데, 그냥 그럴듯한 수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니 부제 그대로다.
프랑스혁명에서 러시아혁명까지, 약 150년 사이에 살았던 이 책이 소개하는 인물들은 역사가 아니면 (혁명)실천가 두부류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 미슐레, 비코, 르낭, 텐, 아나톨 프랑스
실천가 : 바뵈프, 생시몽, 푸리에, 오언, 맑스, 엥겔스, 라살, 바쿠닌, 레닌, 트로츠키

지은이가 가장 애정을 혹은 비중을 부여한 맑스와 엥겔스는 이 가운데에서 특이한 존재다. 헤겔이 정초한 역사철학을 완벽하게 물질적으로 또한 이론적으로 체계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론과 역사탐구 단계에만 머물지 않고 당대의 혁명과 투쟁의 요청에 혼신을 다해 화답한 이들인 것이다.
그런데 지은이가 자신의 모범임을 대놓고 밝히고 있으며 이 책 또한 그의 역사서술방법론을 채택해 저술한 인물은 미슐레다. 미슐레는 18세기 계몽사상의 백과전서파의 후예답게 역사에만 정통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해 방대하게 축적한 지식을 마음대로 다룬다. 지은이가 매료된 미슐레의 장기는 그런 풍부한 지식기반과 문학적 재능때문에 마치 글을 읽는 독자 바로 눈앞에서 저자가 서술하는 시기의 일들이 벌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나폴레옹 3세에 반기를 들고 근본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를 옹호했던 미슐레.
르낭과 텐, 프랑스와 같이 미슐레의 뒤를 이은 역사가들은 그러나 그들 자신의 부르조아적 계급기반을 뛰어넘지 못하고 현학적인 관념론으로 후퇴하고 말았다는 것이 지은이의 평가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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