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힌다

일기 2015. 4. 27. 12:39

밥벌이의 세계에서 신은 돈이다.

납품기일이 돈이고, 준공서류가 돈이며

갑질에 언제쯤 어떻게 시달릴지 그동안 흘린 피눈물의 양을 가늠하여 정교하게 계산한 다음

미리미리 야근과 주말특근으로 쳐내려올 갑질의 강도를 완화시키는 '알아서기기'는 비용절감에 해당된다.


돈의 구체적 세가지 버전 - 매출신장, 마진확대, 비용절감 - 이 모든 것에 앞서는 가치다.

개인의 자아실현이라거나, 저녁이 있는 삶이라거나, 인간미가 있는 직장문화라던가

그런건 항상 후순위다.

압박이 심해지는 시기가 찾아올때엔 더하다.


그런데, 미치겠다는 거다.

숨막힌다.

기대여명이 많이 줄었겠지만 당장 표가 나는 병을 키우고 있진 않으므로

숨안막히는 척 하고  그냥 간다.

사람이 미워지려 하거나

그동안 믿음을 쌓아온 사이라고 생각해온 관계가 망가지려 하거나

또는

이런 나에 대해 느끼는 무력감이 내 영혼을 파먹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냥 이대로 나는 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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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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