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고 갈등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공사는 중단되어야 마땅합니다.
한전은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겁니까? 지금이 전두환 노태우 독재정권 시대입니까? 나라가 하는 일이니까 어디 시골 농사꾼 무지렁이 노인네들이 덤벼, 감히! 이런 생각입니까?
소수의 의견은 무조건 무시하고 다수의 이익에 복종하는게 민주주의라고 착각하고 있는 한전같은 집단과 한하늘을 이고 사는게 수치스럽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답변 바랍니다.

 

둘째, 핵발전소 위주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체제를 고수하려는 정부와 한전의 정책이 밀양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밀양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수 십 년째 같은 식이 되풀이됩니다. 수도권과 광역대도시 인구가 늘고 수요가 늘어납니다. 전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발전소는 수요처에서 먼곳에 계속 짓습니다. 주로 핵발전소로. 당연히 고압송전선로가 계속 들어섭니다.
차분히 생각해봅시다. 이게 정상입니까? 요새 대도시에는 전봇대도 안 세우는 추세입니다. 미관에도 이상 없고 땅값도 안 떨어뜨리고, 건강에도 아무 이상이 없다면 왜 대도시에선 송전탑이 갈수록 없어지는 겁니까? 왜 인구가 적고 반대목소리가 약할 수 밖에 없는 농어촌 지방에만 날로 발전소와 송전탑이 늘어나는 겁니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유보한 밀양송전탑 건설강행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셋째, 당신들이 사람이라면, 밀양 어르신들이 당한 고통과 울분에 대해 귀기울이고 그동안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죄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돈도 필요없다. 내 평생 땅파먹고 살아온 이땅에 죽을때까지 살게 해달라’ 어르신들은 말씀하십니다. 목숨을 걸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도 님비입니까? 당신들은 농촌출신이 아닙니까? 이 어르신들이 키우고 길러 우리가 있고, 이 어르신들이 가꾸고 지은 음식을 먹고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폭행과 협박과 무시와 위협과 거짓선전에 고통 받은 몇 년 끝에, 끝내 작년 겨울에는 지역주민 한 분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아이들이 자살하면 무슨 대책을 세웁네 난리피우는 당국자님들은 다 어디에 갔습니까? 사람이 죽었는데 왜 당신들은 ‘돈 더줄게, 안전하게 공사해줄게’ 앵무새같은 말만 반복하는 겁니까? 아무래도 당신들은, 사람이 아닌 모양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아닌 모양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화입니다. 대화는 상대방의 마음과 뜻을 존중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제 주장만 펴는 것은 폭력입니다.


한전은 모든 폭력을 즉시 중단하세요. 정부와 경찰은 ‘완충지대, 중립’운운하며 민간기업의 폭력을 방치함으로써 자국민을 부상과 죽음의 위협에 몰아넣는 반인권적인 행태를 중단해야합니다.

 

 

2013. 5. 23  한국전력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 올린 글.

 

 

 

오늘 아침 뉴스에 한전 부사장이란 작자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한 이유는 UAE 원전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란 실토를 했다고 보도되었다. 예상했던 바였으나, 충격이다.

 

분노와 울분이 또 솟구쳐 눈이 아파진다. 이런 세상에 살기, 참 힘들다. 역겹다. 한전에 다니는 대개의 임직원들은 나같은 평범한 가장에 아버지에, 효심 지극한 아들이겠지. 나치의 꼭두각시가 되어 유대인 학살에 앞장섰던 살인기술자들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평범한 보통사람이었다.

차별과 불평등, 폭력과 죽음이 날로 심화되어 가는 이 시대, 무관심과 무지는 때로 죄악이 된다.


 

Posted by 나무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