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시간이 나지 않아 아버지 성묘를 가지못했다. 기왕 늦은 것, 어머니 생신을 앞둔 이번 주말 즈음 봄 꽃이 완연한 호시절을 기해 다녀오기로 하고 오늘 다녀왔다.

아버지 돌아간 지도 벌써 만 4년. 예상대로 성묘는 짧았고 꽃놀이가 긴 즐거운 나들이가 되었다. 만족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차가 고장나 고생한 일만 제하면. 하긴, 만약 밤 시간이었거나 주말이 아니라 도로에 차가 별로 없을 평일이었다면 인사사고가 날만큼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다행히도 아무 탈없이 돌아올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조상의 음덕을 떠올려 감사해 할 일이었으니, 그게 가장 만족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에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워' 노래를 좋아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람들을 새로 많이 사귀던 시절이어서 벅차게 받아들이고 불렀던 노래다. 20여년이 지나 다시 곱씹어보매, 그 땐 어렸다. 꽃의 아름다움을 감각하지 못하던 때였고 사람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고른 경험을 갖추지 못했던 나이였다.

하여, 지금은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꽃도 아름답고, 사람도 아름답다. 꽃은 대개 아름다우며 사람은 어떤 조건속에서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된다.

 

성묘하러 간 익산 원불교 공원 묘지 <영모묘원>에서 전북도가 운영하는 인근 완주의 <대아수목원>까지. 아름다운 꽃들로 눈이 실컷 호강한 하루였다. 재치있는 이모님의 표현대로 "온갖 드런 것에 시달리던 우리 조카 눈 청소 제대로 한 날"이었다.

 

 

수목원 초입에서 우리 가족을 제일 먼저 반겨준 '귀룽나무'꽃. 

 

 

귀룽나무 뒤켠 수생식물원 바닥에 시커먼 것들이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세상에, 올챙이였다! 

 

 

제철을 만난 수목원은 아름다웠다. 눈부신 햇살과 더 눈부신 연둣빛 이파리들. 수목원 전체를 화사하게 만들어준 겹벚꽃, 그 아래 입맞추는 젊은 연인들과 막 꽃잎을 피우려 용을 쓰는 영산홍까지.

 

대아수목원을 대표하는 들꽃 '금낭화'. 여인들이 차고 다니던 비단주머니와 닮았다하여 '며느리주머니'라 불리었단다. 그러고보니 흔하고 수수한 풀꽃에는 '며느리'라는 명칭이 자주 등장한다. 만만해서였을까. 구슬퍼서 위로하고 싶어서였을까.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및씻개..

 

튜울립도 있다. 

 

 

철쭉에 대가리를 파묻고 있는 꿀벌을 만난것도 오랫만이라 접사를 시도했는데, 흠흠..포커스가 없다. 

 

 

얜 열대식물원에서 찍은 놈인데, 이름을 잊어버렸다. 

 

 

'자란'이란다. 자색 난초꽃이란 뜻이겠지. 

 

 

얘도 이름 모르겠다. 하도 흔하게 피어서 꽃이름표도 없었다. 

 

 

철쭉, 영산홍, 겹벚꽃과 함께 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 준 기특한 친구들은 얘네들, '꽃잔디'였다. 물론, 기특한 우리 어린이도 한몫했지만.

 

 

늘 유쾌한 상우.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기럭지를 저도, 가족도 감당하기 힘들어진 큰 애.

 

 

이모와 어머니.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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