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벗

일기 2011. 3. 30. 06:16

요새와서 술 먹는 데는 이유가 없어진것 같다.
알콜중독이다. 술을 목으로 넘기는 자체가 위안이다.
홀로 먹는 것도 좋고 벗과 더불어 먹는 일 또한 좋으나, 더불어 마시는데엔 등급이 있으므로,
급수가 미치지 못하는 벗과 더불기보단, 홀로 모니터 불빛을 굽어보는 일이 종종 낫기도 하다.

이유를 따지자면, 술을 찾는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해서다.
밥먹고 일하고 잠자는 로봇같은 내가 아니라, 생각이란 걸 하고 여유란 걸 갖는 내가 필요해서다.

하여 제일의 벗은, 내가 나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말 부조를 넉넉히 베푸는 류다.
주고받는 말 속에서,
평소의 내 행실에 대해 관심을 꾸준히 두고 있었다는 걸 알게 하거나
뜬금없어 보이는 내 독백에 맞장구를 쳐 주는 경우다.
휘유~

다음은, 그가 필요해서 나를 찾는 친구들이다.
그(녀)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그(녀)들의 이야기로 화제의 대부분을 메운다.
첫번째 벗들의 케이스와 마찬가지 이유로, 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공감한다.
품앗이다.

나이를 먹으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이지나 보다.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주는 이도
드물다.

술벗이라 칭할 만한 그 다음, 세번째 케이스는
대체로 오랜 벗들이 해당한다.
너무 오랫만에 만나서, 할말이 없거나,
동창들 상가집마다 서로 챙겨가서 얼굴은 익고, 지금 뭐하며 먹고 사는 지는 알고 있으나
도대체 지금 무엇을 에너지로 하루하루를 밀고 가는지 알 도리도 관심도 사실은 별로 없는 케이스

이쯤에 이르면, 벗하고자 하는 시늉이지만
앞에 있는 건,
..............

세번째 케이스는 피하는게 좋겠다.
어쩌다 상가에서 만나지는 일은 어쩔수 없으나,
떼로 모임을 가질때 불리워지는 것 빼고,
내가 그(녀)들을 만나고자 청해
관심도 없는 이야기들로 애꿎은 술잔만 비우고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후회가 따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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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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