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심다>
요사이 박원순의 강의를 듣고 느낀 바가 많기도 했고,
다음주에 있을 강연회를 앞두고 사전정보를 수집할 필요도 있어,
반쯤은 의무감으로 빌어와 읽었다.
말과 글이 거의 일치하는 사람일까, 박원순은? 아니면 빼어난 인터뷰어 지승호가 그의 말을
자연스러운 글로 능란하게 옮겨놓았기 때문일까. 강의할 때 들었던 몇가지 포인트들이 그대로 책에 있었다.

부천서 성고문사건에서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사건에 이르는 인권변호사로서 그가 걸어온 남다른 궤적들이 들어 있고,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 당대의 트렌드를 이끈 NGO를 설립한
최고의 비영리 CEO로서의 그의 철학과 비전을 액기스를 뽑아 놓았다.
그 성공들이 가능했던 데에는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감동을 주는 비전+세심한 조직관리를 동시에 겸비한 지도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탁월한 통찰력과 지도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하나는 그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과 끝없는 열정이다.
다른 하나는, 그 열정을 물질적 힘으로 변모시키게 한 성실함이다. 한재랑의 <이런 사람 만나봤어>를 읽을 때,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새롭게 충전시켰던 것은 인도 여행'이라는 대목에서 놀랐던 것처럼, 박원순이 새로운 지적 충전이 필요할 때마다 그를 자극했던 것 또한 외국여행, 특히 유학이었다는 진술이 인상적이었다.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의 모든 아이디어를 그가 유학했던 영국에서, 미국에서 얻게 되었단다.

패러다임 시프트를 강제당하는 시대, 현자들의 제언은 비슷하다.

창조적으로 현실을 직시할 것.
대중 소구력을 진작에 상실한 선언과 거대담론 대신 삶에 밀착한 생활 정치의 담론, 정책을 정교하게 생산해 낼 것.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는데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것.
한우물만, 그것도 좁게 파는 이에게 우물 파는 법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기대하긴 어려운 법, 창의성과 혁신을 위해 다양한 모험과 체험을 만들어 낼 것.
특히 유익한 것은 외국 여행 체험. 유학도 좋고.


<행복의 정복>
러셀자서전을 읽은 직후 찾은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발견하고 너무 반가와 일단 빌려왔다.
나중에 보니 한비야가 이 책을 극찬하기도 했다. 한비야의 상찬처럼, 이 책의 강점은 물흐르듯 쉽게 읽히는 빼어난 우리글 번역에도 있다. 이순희.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번역했던 그 사람이다. 눈여겨 보자.

읽는 동안 자주 이 책이 쓰여진 연도를 확인했다. 1930년, 그의 나이 58세에 쓴 글이다.
두번째 부인과 두 아이들과 충만한 사랑의 시간을 보내고, 일종의 대안학교 실험을 했던 40대의 경험이 녹아 있었던 듯 싶다. 자서전을 읽고서 저자의 지적발달사를 대략 이해하고 나서 그가 쓴 저작을 보는 즐거움이란게 있는 것 같다.
프롬의 <사랑의기술>을 읽고 난 느낌하고 비슷했다.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실천경험을 고루 갖춘 저자가, 삶과 사랑과 행복에 대한 깊은 통찰의 결과로 탄생한 저작이라는 점이 그렇다. 그런데 프롬 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잘 머리에 들어오지 않기도 했고, 집중을 못하다 보니 더 그랬다. 결국, 끄트머리 30여 페이지를 남겨두고
도서관의 독촉 메일과 문자메시지에 시달리다 반납해버렸다.

조용한 시간에, 하루에 30분씩이라도 짬을 내서
책상을 정갈하게 정리하고 녹차라도 한잔 마시며, 노트를 펼쳐들고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몸과 마음이 모두 바빴다.  (이런식의 자기합리화가 그러고 보니, 꽤나 오래된 것 같다. 인생 경영을 이런 방식으로 하면 안 될 지경에 이르른 걸까.)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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