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파트 올수리 공사 메모
윤석열 정권은 나같은 구멍가게 건설업자의 밥벌이까지 위협했다.
감세 정책 일변도 > 세수 부족 > 지방재정 악화 > 지방교육재정 목조르기 > 만만한 개보수 예산 후려치기
이렇게 된 결과 작년 올해 학교공사가 급감했고,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 회사는 오래동안 손대지 않았던 아파트 공사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 회사에게는 성수기인 겨울방학인데도 일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차에, 오랜 후배 E가 자기 집 공사를 맡겼다. '아파트 공사 안한지 너무 오래 되어 감 떨어졌다'며 완곡히 사양했지만 E는 나(혹은 우리 회사의 실력)를 믿으므로 거듭 해달라 청했다. 2-3주 계획하고 3월 중순에 공사를 시작해 꼬박 4주동안 K아파트로 매일 출근했다.
큰 탈없이 공사가 마무리되었고 E와 그의 가족들도 흡족해했으니 되었다. 다만 나중에 다시 아파트 올수리 공사를 맡을 경우에 대비해 몇가지 아쉬웠거나 실수했거나 특기할 사항들을 정리해본다.
1. 천장은 다 뜯고 새로 매달았어야 했다.
- 37년된 아파트다. 아파트 경비원 선생이 "이 아파트에서 불난집을 봤더니 천장이 그대로 폭싹 내려앉더라. 공사 신경써야 할거다"하실 때 좀더 귀담아들었어야 했다. 전체 철거 후 신설을 제안했으나 공사비 제약때문에 부분보수로 선회했다. 일부만 뜯었을때 알아차리지 못했던 심각한 문제점들이 목공 작업을 하며 크게 보였다.
1) 천장틀 짜는 방식이 다르다. 요새는 합판으로 도란스(Truss)를 길게 걸어 튼튼하게 틀을 잡지만, 여긴 오로지 각재와 쇠못만으로 자중을 버티는 구조였다. 틀이 부실하다.
2) 석고판 두께가 다르다. 세상에! 7mm석고판이 다 있다니. 신재를 붙이면 무조건 단차가 생기는 데다가 등자리 구멍을 뚫을래도 조금만 힘을 무리하게 가하면 쉽게 바스러졌다.
3) 석고판을 목틀에 고정할때 요샌 목공본드+타카핀 조합을 쓰지만, 여긴 본드없이 실못 고정이다. 당연히, 흘러 내리는 상태였다.
- 부실한 틀을 보강하기 위해 사정없이 각재를 박아댄 결과 튼튼해지긴 했지만 등자리 타공에 큰 어려움을 초래했고, 석고판을 큼직큼직 잘라내어 붙인 결과 2.5mm 단차가 여기저기 생겨났다. 결국 그 단차는 퍼티로 해결해야 했는데, 오롯이 내 일이 되었다.
2. 기존 마이너스 몰딩 부위 막기의 문제
- 모든 천장이 벽과 만나는 곳이 폭 50mm 깊이 40mm가량이 꺼져있었다. 요새 유행하는 마이너스 몰딩을 세 배 쯤 뻥튀기한 모양새다. 부실해진 천장면 가운데 가장 취약한 곳이 당연히 이 부위이므로 그걸 해결하기 위해, 도배지를 잔뜩 당겨서 감아버리거나(이 집) 80mm정도의 갈매기 몰딩으로 덮거나 (다른 세대) 하는 방법이 최선이었겠다.
- 훈제 兄 왈, "저렇게 마이너스 몰딩식으로 파들어간게 80년대 후반에는 아주 세련된 인테리어였을 것"이라 하셨지만, 그냥 두자니 도배 라인이 안 살고, 몰딩을 덮자니 요새 트렌드도 아니고. 그래서 결국 목틀+MDF로 채운 뒤 '무몰딩' 느낌으로 도배했다. 기존의 도배지는 그냥 둔채로.
-그게 문제였다는 걸 도배 당일 아침에 알았다. 거의 모든 천장 끄트머리에 3mm~15mm가량 되는 틈새가 생겨난 상태였는데, 이는 절대 도배 초배지로 해결할 수 없는 부위였던 것. 천장판 단차를 퍼티로 메꿔주듯 모든 틈을 우레탄 폼으로 충전했다. 도배사 옆에서 내가. 으..
3. 9mm문선 도어 선택의 문제
- "마이너스 몰딩을 원해? 아님 무몰딩? 안돼 안돼. 요새 트렌드인것 맞지만 이 집엔 불가능해. 왜냐하면 벽이 기울었고 천장과 벽이 만나는 선이 춤을 추거든" 전문가스런 조언을 착한 후배 E는 즉시 받아들여 넘어갔는데, 그래도 9mm문선 도어는 꼭 하고 싶어했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요새 트렌드라 하니. 그런데 큰 착각이란 건 목공 첫날 깨닫게 되었다.
- 9mm문선 몰딩은 쉽게 말해 문틀(30mm)을 기존 벽면과 단차가 없게 동일 평면상에 놓는게 관건이다. 즉, 벽면이 완벽한 수직이어야 하고, 총 5m가량 되는 문틀 주변 벽면의 평활도가 완벽해야 한다. 이 두가지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무조건 단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 목공 첫날 실측해보니 문틀 위 아래 차이가 무려 20mm나 났다. 이걸 해결해야만 도배를 할 수 있으므로, 나는 그후로 3일 동안 종태옆에서 망치질하고 (벽 까내기), 미장하고 (벽 채우기), 합판 붙이고 (넓은 벽면 채우기), 퍼티 잡고 했다. 인건비, 경비를 따지면 한 80만원어치 일을 그냥 한 셈이다.
- 문틀 크기 실측에서도 실수가 컸다. 어차피 문틀을 뽑아내고 다시 끼우는 거니까 표준 규격 (900폭, 750폭)으로 주문해도 돌출부위좀 망치로 쳐내면 어렵지 않게 넣을 수 있을거라 착각했다. 오산이었다. 벽면은 y축으로만 사선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z축으로도 수직을 잡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벽 두께는 무려 200mm가 넘으니 다 까내는 수밖에. 몰탈 사춤으로 채워진 개구부 끄트머리는 브레이커 질 조금만 하면 부서져내린다는 것도 간과했다. 15mm를 잘라내고 싶었으나 50mm폭으로 무너졌다. 그걸 채우는 것도 다 내일이었다. 으....
4. 이중창 교체의 문제
- 공사비 절감할 곳을 찾다가 외부 PVC창호+내부 목창호로 구성된 2개 창 (문간방 창, 작은방 창)을 내부 목창호만 교체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렇게 견적했다. 그런데 이 역시 오산이었다. 샤시 팀장님 말씀하시길, '내부 창의 경우 내버려두면 걔만 끔찍하게 지저분한게 눈에 띌 거다. (그리고 부드럽게 여닫히지도 않고) 외부 창은 누수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
- PVC프레임 2중창은 단창을 덧대는 게 아니라 아예 한틀로 사출하여 생산한다. 당연히 외부 코킹과 창틀 틈새 충전만 완벽하다면 누수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공사비를 아낄게 아니었던 것이다.
5. 욕실 공사의디테일
1) 벽 타일 선정 : 600각도 가능했다.
- 바닥의 평활도 문제로 대형 마루가 불가하다는 생각에 너무 빠져있었나, 타일은 웬만해선 600각 시공도 가능한 조건이었다. 결정적으로, 600각 타일을 사용해야만 졸리컷이 된다는 걸 간과했다.
2) 트렌치 유가
- 자재 수급 : 1500자재는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
- 배관. 기존 유가와 약 200mm정도 떨어진 위치에 설치되는 것이므로 당연히 방수 전에 설비 배관을 했어야 했다. 놓쳤다.
- 구배 문제 : 배수구가 가운데 있지 않으므로 트렌치를 한쪽으로 기울어야만 한다. 물고임 문제가 발생한다는 걸 고려하여 접근을 달리했어야 한다. 설비 배관을 정 중앙부로 배수구가 오도록 하거나, 일반 유가로 미리 설득했어야 할 문제였다.
3) 욕조
- 요새 트렌드는 No 에이프런이다. 두번 세번 확인했어야 할 문제!
- 물빠짐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 공사 전 / 철거 중, 철거 직후 / 욕조 시공 중간 등 단계마다 입회하여 물빠짐 정도를 확인했으면 좋았을 것을.
4) 샤워 수전 급수관 연장
- 예쁘게 설치되려면 냉 온수 배관의 간격 유지, 수평 유지 2가지를 만족해야 한다. 설비 공사 감독시 놓친 부분 ㅠ.ㅠ
5) 양변기 앵글밸브 체결 배관의 의심스러움
- 물이 안새서 다행인데, 외관상으로 이상해 보이면 자세히 체크를 해봐야 했다.
6) 휴젠뜨 환풍기 위치 선정 문제
- 헤어드라이기 기능이 있었을 줄이야. 거울 앞에 있어야지 그렇다면. 등과 간섭되는 문제도 미리 체크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용이 더 들어갈거라는 O이사님의 말씀은 진리였다. 너무 낮은 마진율은 결국은 모두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한다. 나는 늘 매번 돈으로건 몸으로건 댓가를 치르고 교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