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지
<먼 곳에서> 에르난 디아스, 문학동네
나무72
2024. 11. 13. 18:30
그는 슬픔과 편안함을 구분할 수 없었다. 둘 다 똑같은 질감과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호칸ㅇ른 편안함과 우울함이 찬물과 송진 냄새의 결합에서 나왔다는 걸 꺠달았다. 스웨덴의 호수에서 얼음 목욕을 한 이후로는 이런 얼얼함도, 냄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50쪽)
"시신은 하늘의 모든 날짐승에게, 또한 땅의 모든 짐승에게 고기가 된다. 아무도 그 짐승들을 겁주어 쫓지 않겠지. 이것이 신의 가장 끔찍한 저주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의깊게 생각해보거라. 매장은 없다. 화장도 없다. 장례식도 없다. 다른 누군가의 이빨에 씹힐 고기가 된다니....... 물질, 그저 물질일 뿐. 떠나버린 우리 영혼의 영원성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우리는 역설적으로 우리를 영생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시체와 육신이라는 것을 잊었다. 나는 저들이 저 남자를 묻지 않은 것은 새와 짐승으로 옮아가는 걸 더욱 빠르게 하려는 것이었다고 확신한다....... 동료 생명체의 잔칫상이 되는 것보다 더 커다란 찬사가 무엇이겠느냐? 코요테라는 살아 숨쉬는 무덤, 혹은 독수리라는 날아오르는 유골함보다 고귀한 기념물은 무엇이고? 이보다 문자 그대로의 부활에 가까운 것이 무엇이겠느냐? 이것이 진정한 종교다. 모든 살아 있는 것 사이에 연대가 있다는 걸 아는 것 말이야. 이것을 이해하면 애도할 건 아무것도 없다. 그 무엇도 유지할 수 없다 한들, 잃어버리는 것도 없으니까. 상상이 되니? 그 안도감이. 그 자유가." (124쪽)
<그리스인 조르바>의 웨스턴 아메리칸 버전같기도 한 주인공, 호칸. 도시의 삶에 푹 젖어 사는 내가 잊고 있는 게 무엇인지, 고독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