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지

<탐서주의자의 책>, 표정훈 (2007-3-31)

나무72 2007. 9. 25. 21:10
오래전부터, 아니 한겨레의 북섹션을 열독하면서부터 관심이 가던 작가, 표정훈의 대표작을 드디어 구입해 읽다.
 
나역시 책을 '탐'하는 부류의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므로, '탐서주의자'라는 작가의 독특한 명명부터 매혹적이었다. 지은이 표정훈은 서강대 철학과 87학번으로, 문화적으로는 나와 공감할 수 있는게 적잖은 세대이지만, 그의 엄청난 독서량과 독서를 통해 획득한 지식의 체계적이고 꾸준한 갈무리 앞에는 좀 기가 질리기도 했다.
 
어쨋든, 올해 들어, 특히 서귀포에 온 후로 구입한 책 두 권, 장정일의 '공부'와 표정훈의 이 책, 공부의 방법에 대해, 주제에 대해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고 새롭게 다짐을 하려는 시기, 자극이 되면 좋겠다.
책을 읽자마자 지은이에 대해 단박에 공감하게 된 동일한 경험.
 
지은이가 사전을 스스로 찾게 되고, 단어와 단어를 널뛰기 하듯 - 일종의 Hyper-link - 사전자체를 탐독하게 된 경험이 내 그것과 동일했다. 초등학교 시절, 수준에 맞지 않게 어른들보는 외국 문학가의 책을 보다, "자위행위"라는 단어가 너무 궁금해 각종 사진을 뒤지기 시작한 것.
조금은 쪽팔리나, 나 역시 그랬다. 아버지가 월부 책으로 사들인 전집을 뒤적거리다 문득 눈앞에 펼쳐진 성애 묘사 장면.. 뭔가 얼굴이 붉어질 것 같은데 정확한 뜻을 이해하긴 힘들었던 수많은 단어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국어대사전, 백과사전 등을 미친듯이 뒤진 끝에, 그 단어들의 의미를 다 이해하는 데에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때 만약 인터넷이, 네이버 검색이 있었다면, 아마 2차 성징의 시기였던 그 때. 통제할 수 없는 내 호기심과 열정은 인터넷 포르노 탐닉으로 이어졌을 지도 모르지만. 다행인지, 끄댄 PC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때부터 뭔가 궁금한게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는게 습관이 들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며, 또래들보다 일찌감치 두터운 영한사전-콘사이스.. 어쩌구로 시작하는-을 자연스레 펼쳐들게 되었고.
 
 
(대학시절 사회과학 세미나를 하면서 들였던 두번째 중요한 습관, 늘 펜을 들고 밑줄 치고, 의문이 나는 곳은 메모를 해두는 습관을 잃어버렸다. 적잖게 동감하고 감흥을 느꼈던 이 책, 다 읽고 치운지 일주일이 지나니, 어느 부분이 좋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저자가 읽은 책 들 중 관심이 가는 책 목록
 
<근대혁명사상사> 에드워드 윌슨 저, 강봉식 역, 을유문화사 (절판:중고서점에서 구입가)
 - 프랑스혁명이후 생시몽에서 맑스-엥겔스, 레닌-트로츠기에 이르는 사회주의 사상의 진행과정 서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