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달 8월
1. 인터뷰
그가 말했다.
"넌 위로가 필요하시다구요? 나나 위로좀 해주라. 선거 나가라 해서 여러번 나갔다. 빚도 그래서 무지 많았다. 돈없다. 또 선거 나가라 한다. 누구도 내게 위로해주지 않았다. 근데 뭐? 그런 마음으로 운동했냐?
그런마음으로 들락날락한 거였으면 이제 그만 좀 해라."
그는 나를 어떤 부류로 규정지었다. 좆도 경험도 없고 고생도 안해본 주제에, 자존심만 세서 감정에 상처받는 걸 견디지 못하고 쉽게 떠버리는 부류. 운동에 동참해주면 감사한 일이지만, 괜히 곁에 끼어들어 깽깽거리면 피곤한 스타일. 짜증나게 만드느니 그만 가주세요~ 하고 싶은 스타일.
감옥살이 한 삼년 안채우고,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출신 아니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허덕여본 경험 없으면 세상에 대해 말하면 안되는가? 즉시 반발심이 들었다.
또 말했다.
"녹색당이라며 왜 담배피우세요? 소수의 권리? 웃기는 얘기 하지마세요. 너는 왜 혼자 고기 안쳐먹는다고 고집피워 여러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데요?"
그에게 녹색당은 당이 아니다. 진보도 아니다. 바빠 죽겠는데 옆에서 딴다리 긁고 있는 - 이건 내 생각인데 - 어쩌면 적보다 더한 놈들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는 녹색당이라는 존재를 비아냥의 대상으로 삼는다. 내가 마치 녹색당이 대표라도 된듯,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또 말했다.
"평전을 쓴다고? 어떻게 평을 하는데? 사기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말이나 해. 거 좋네. 각자의 입장에서 기억하는 K. 옴니버스 식으루다가. 거 괜찮은 기획같지 않아? 뭘 말하고 싶은데, 이 책을 통해 뭘 이야기하고 싶은건데, 누구에게? 잘 모르겠다고? 떄려치워라."
- 내가 그를 원망하는 것이 온당한가.
"미안해, 그때 나도 잘렸던거야"를 변명이라고 하는 사람보다는 낫다.
원망스런 것이다. 좋아하지도, 따르지도 않는 카리스마를 두고 왜 팔짱끼고만 있었느냐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떠나가고 말고가 아무 상관없는 당신이 잔인하다고.
- 내 열패감이 문제다.
1. 얼씬거리지 말자. 자존심상한다.끝이다.
2. 발을 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역사는 당당한가. 부끄럼 없는가. 신산한 고난의 길을 여전히 마다하지 않는 옛 벗들 을 나는 차분하게, 존엄을 유지하며 대할수 있는가.
졸라 먹고살려 대가리박고 분투했다. 그것조차 비난하면 할말이 없다. 물론, 주제넘게 목소리를 내려 하니 비난이 시작되는 것이겠지만.
- 내가 살아온 역사, '전사'로서 살지 않은 모든 순간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어.
* 비루한 밥벌이 말고, 내가 살아가는 의미는 무얼까.
* 이런 주제에 내가 누굴 감히 평할까. 어떤 기준으로 평할까. 평하여 전한다는 것이 온당하기나 한 것인가. 이 미칠것 같은 자격지심은 어찌해야 하나.
-탈출구는 있는가.
C를 만날 수 있는지가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거겠지. 그럴수 있나?
C는 뭐라 할까. 네가 왜? 라고 물을까. 나는 왜를 무엇으로 답할까.
오늘 오줌누며 생각했다. '아름다운 청년'을 레테르로 삼아야겠다고. 청년의 야성을 거세해버리려는 이 세태에 맞서, 시대와 역사에 온몸으로 부딪히려 분투하다 산화해간 '영원한 청년' K를 말하고 싶은거라고.
그래도 그가 또 비슷하게 비아냥거리며 ㄴ어쩔건가.
- 나는 나 자신으 자존감을 회복했는가.
모르겠다, 젠장.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