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성질머리
나무72
2011. 10. 27. 18:28
회사에서 일하다가 화가나는 일이 생겨 쓰던 볼펜을 앞으로 휙 집어던졌다.
LCD모니터에 명중했다.
모니터가 망가졌다.
15만원 날아갔다.
작년부터 왼쪽 어깨죽지에서 팔꿈치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힘을 못쓰게 만드는 통증의 원인도 '화'-스트레스다.
이것또한 일종의 나이드는 표징일까.
내 성정은 대체로 순하다가 욱하면 불같이 성질을 부리는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새 욱! 이 잦아졌다.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행동과 일상의 기준, 방향이 나의 외부에 있고
나 역시 그 기준과 방향의 확실성, 권위를 진심으로 인정하던 시절에는
이렇게 화가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서른 중반이 넘어가며
서서히 내 주관이 강해져갔고 - 머릿속 생각뿐 아니라 더 자주 표현도 하게되었으며 -
내 앞에 주어진 일과 내 주관이 많이 어긋날 때 스트레스 강도도 높아졌던 것 같다.
그런것도 있고.
손발과 배짱이 잘 맞지 않는 상대, 더우기 그 상대에게 내가 원망하는 마음까지 강하게 품고 있을때
그 상대를 내 마음속으로 인정하지 못하므로 화가 나기도 한다.
온전하게 충일한 감정을 느끼는 일과 생활이 되지 못하면
화를 풀 길이 없겠지.
맞는 진단인가? 온전하게 충일한 상태로 일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나.
아니,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암에 많이 걸리는 걸까. 화가 몸안에 독으로 쌓여서?
15만원 날린 화부터 식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