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표정

나무72 2011. 2. 25. 01:10
고등학교 친구, 경진이를 만났다. 이경진이다.
그때, 이경진이란 이름의 잘나가는 미모의 여성 탈렌트가 있었다.
이 친구, 180cm에 몸매 70kg초반을 유지하는 미남이다. 그때도 미남이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했다. 부러웠다.

11월에, 졸업 20주년 동창회에 가서 봤다.
졸업하고 처음 만났으므로 만으로 20년을 넘겨서 만났다.
이 친구, 20년 동안 한번도 연락이 없었던 나를 너무 반가운 '표정'으로 반겨주었다.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내가 졸업식(즈음?)에서 여러 동기들이 있는 가운데
마징가Z를 마징가"좃"으로 바꿔 부르는 이벤트를 한적이 있었단다.
공부만 아는 줄 알았던 샌님이 그런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단다. 그래서 나를 20년이 다 가도록 기억했단다.

20년만에 만나 두어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슷했다.
최종학력이 고졸인 것도, 결혼하고 10년동안 직업을 너댓게 전전한것도,
마흔이 가까와 '이젠 길게 할 수 있는 '내 일'을 찾아야겠다' 마음먹은 것도.

그런데 이 친구, 20년 만에 만난 내게, '나 이제 곧 회사 그만두고, 인테리어 분야로 일을 당분간 배우면서 내 사업을 준비하고 싶은데, 네가 매형(사장님)께 말씀좀 잘 드려줘 봐"한다.

역지사지하면 , 나 또한 별 다를 것 없는 처지였는데,


그 말을 들은 내 표정은 어땠을까. 무척 궁금하다.

접대에 닳고 닳은 무심하고 노련한 표정이었을까?

'너의 고난을 진정으로 공감해'하는 표정이었을까,

네 곤란을 이해는 하겠다만, 사실 나도 내 앞가림에 절절매고 있어. 그래서, 네가 부담스러워. 이런 메시지를 풍기는 표정이었을까.

내가 지은 표정이, 그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희망의 실마리를 주었을까.


마흔이 되면 얼굴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데,

내 마흔살, 내 얼굴을 선택할 순 없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