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온다리쿠의 책을 연이어 읽었다.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그의 책 여러권 가운데 이 책을 집어든 건 순전히 두께 때문이었다. 맞춤하게 두껍다.

뒤늦게 일본 소설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일까. 문단을 주름잡는 작가군들의 장편 생산성이 놀라울 정도다.

그리고 그 소재의 다양함이란.

일본의 한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콩쿠르 이야기다.

2주간 열리는 피아노 콩쿠르 이야기로 600쪽이 넘는 장편을 썼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지루할 틈이 없이 재미있기까지 했다.

다른 사회파 작가들의 소설처럼 스릴러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오로지 클래식 음악에 미친 젊은 음악가들 이야기인데 말이다.

재작년, 영숙과 함께 백건우 선생의 공연에 갔다가 졸았던 기억이 났다.

늘 조는 버릇이 그날이라고 발동 안했을리 없었을테지만 인터미션까지 20분, 30분이 넘는 기나긴 레퍼토리를 제대로 감상하는 법을 모르는 탓도 있었겠더라. 이 책을 읽으니.

30분, 40분이 넘는 긴 곡들은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구조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 흥미로왔고

빼어난 글솜씨로 음악이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을 그림을 그리듯 펼쳐보이는 작가의 필력에 탄복했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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